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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dyssey

너무나 보고 싶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감상했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기다렸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비슷한 궁금증을 품었을 것 같습니다. 현실감을 극한까지 추구하는 놀란 감독이 그려낸 ‘신화’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트로이의 목마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전쟁이라는 거대한 현상을 어떻게 스크린 안에 담아냈을까. 제우스의 분노와 포세이돈의 바다, 신과 괴물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오펜하이머〉를 만들 때도 놀란이 실제 핵폭탄을 터뜨려 촬영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죠. 물론 정말 핵폭탄을 터뜨렸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농담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닐 겁니다. 그만큼 그는 관객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머리로 이해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장면이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느끼게 만..

영화 2026.09.04

The Shawshank Redemption

갑자기 어느 날, 이 영화가 문득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왜였을까요. 요즘의 세상이 쇼생크가 그려낸 슬픈 현실과 어딘가 닮아 보여서였을까요. 아무래도, 그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쇼생크 탈출〉은 IMDb Top 250에서 오랫동안 1위를 지켜왔고,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 영화를 이야기할 때에도 좀처럼 빠지지 않는 이름입니다. 순위 하나가 이 영화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증명해주는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곳에서 마음이 움직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이 영화가 우리가 가장 흔하게 말하면서도, 막상 지켜내기는 어려운 마음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희망이라는 마음 말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 의미가 비교적 곧게 들어왔..

영화 2026.08.23

Avengers: Endgame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한 편의 신작으로만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아이언맨〉에서 시작해 열한 해 동안 이어진 이야기가 끝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이었고, 영화를 기다려온 시간까지 상영되는 사건에 가까웠습니다. 극장 안에서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목소리를 알아듣고, 같은 손짓이 나오기도 전에 숨을 삼켰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것은 몇 초의 장면이었지만, 관객이 그 순간 알아본 것은 수많은 얼굴과 대사, 상처와 선택이 쌓여온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의 환호에는 영화를 보고 있다는 흥분뿐 아니라, 자신도 이 이야기를 오래 따라왔다는 확인이 함께 섞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열광을 영웅의 수나 전투의 규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스티브가 묠니르를 움켜쥐는 ..

영화 2026.08.07

F1 The Movie

2026년 6월, F1 시즌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가끔 중계를 보다 보면, 이 스포츠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흔드는지 문득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강렬한 엔진 소리, 관중석의 환호,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코너, 그리고 아주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순간들. 차가 달리고 있을 뿐인데, 이상하게 그 안에는 한 사람의 욕망과 두려움, 계산과 본능이 모두 실려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F1은 단순히 빠른 차들의 경주로만 보이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앞서 달리고, 누군가는 그 뒤를 좇고, 누군가는 아주 작은 실수 하나로 모든 것을 잃습니다. 그 짧은 랩 안에서 사람은 경쟁하고, 버티고, 무너지고, 다시 밀어붙입니다. 그래서 F1을 보고 있으면 때로는 한 인생의 레이스를 보는 것..

영화 2026.06.22

Inception

〈인셉션〉을 처음 봤을 때,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흔히 보던 액션 영화나 히어로 영화, 로맨스나 드라마와는 확실히 결이 달랐습니다. 분명히 팀을 모으고, 작전을 짜고, 제한된 시간 안에 목표를 완수해야 하는 하이스트 영화의 틀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꿈’이라는 설정이 들어오면서 익숙한 장르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게 됐습니다. 타인의 꿈에 들어가 생각을 훔친다는 설정도 충분히 신선했지만, 이 영화가 진짜 이상하게 사람을 붙잡았던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생각을 훔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심어야 한다는 것. 꿈속의 꿈으로 내려갈수록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현실을 확인하기 위해 작은 물건 하나에 의지해야 하며, 머릿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공간들이 눈..

영화 2026.05.16

Cinema Paradiso

영화를 좋아합니다. 아니, 사랑한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영화는 단순한 취미라기보다, 삶의 어느 한 부분을 꽤 크게 차지해온 세계에 가깝습니다. 어떤 영화는 한동안 제 기분을 바꿔놓았고, 어떤 장면은 오래 지나도 문득 떠올랐고, 어떤 이야기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작게나마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토토만 할까요. 〈시네마 천국〉 속 토토에게 영화는 좋아하는 무언가를 넘어, 거의 세상을 배우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는 극장 안에서 웃음을 배우고, 사랑을 보고, 상실을 겪고, 결국 자신이 떠나야 할 세계의 바깥까지 상상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토토라는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느 순간 한 사람의 긴 인생을 통째로 지나온 듯한 감각을 남깁니다. 그래..

영화 2026.05.10

Wicked

현대적인 대형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위키드〉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화려한 색채, 거대한 무대, 귀에 강하게 남는 넘버,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해온 〈오즈의 마법사〉의 세계관. 그 익숙한 배경이 무대 위에서 다시 펼쳐지는 순간, 이 작품은 관객에게 아주 빠르게 말합니다. “이것이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보여줄 수 있는 즐거움이다”라고. 하지만 〈위키드〉의 매력은 단순히 화려함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작품은 그 화려함을 이용해 관객을 먼저 끌어당긴 뒤, 그 안에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질문들을 숨겨둡니다. 한 사람은 왜 ‘사악한 마녀’가 되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왜 ‘착한 마녀’로 불리게 되었을까. 그 이름은 정말 그 사람의 본질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그들을 바라본..

뮤지컬 2026.05.09

Inside Out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저는 제가 이 나이에도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이렇게 눈물을 주르륵 흘릴 수 있다는 사실에 꽤 놀랐습니다. 분명 화면 안에서는 귀여운 감정 캐릭터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 작은 세계가 제 어린 시절의 기억들, 이미 지나가버려 다시 만질 수 없는 장면들까지 조용히 건드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한동안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픽사의 힘은 단순히 감동을 주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좋은 픽사 영화들은 늘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안고 앞으로 가야 하는지, 그런 질문을 아주 쉬운 이야기 안에 숨겨두고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인사이드 아웃〉은 오랜만에 “아, 이게 내가 좋아하던 픽사였지”..

영화 2026.05.04

tick, tick... BOOM!

인생의 어느 문턱 앞에서,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분명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돌아보면 손에 잡히는 건 많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는 순간.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묻게 됩니다. 나는 잘 가고 있는 걸까. 늦은 건 아닐까. 내가 붙잡고 있는 이 꿈은 정말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는 걸까. 불안감과 꿈,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꾸만 몸을 조여오는 조급함. 한 번뿐인 삶에서 성공을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운 갈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갈망이 간절할수록 사람은 쉽게 흔들립니다. 남들은 이미 어딘가에 도착한 것 같고, 나만 아직 출발선 근처를 맴도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어도, 마음 한쪽에서는 계속 ..

영화 2026.05.03

Schindler's List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혼자서 정의감을 붙들고 올바른 행동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결정일까요. 우리는 이미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이 이야기를 바라봅니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누가 가해자이며 누가 피해자였는지를 비교적 분명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내가 그 시대 한가운데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정보는 부족하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휩쓸리고, 잘못된 일이 너무 당연한 얼굴로 굴러가고 있었다면, 과연 나는 무엇이 옳은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 앞에서는 쉽게 자신할 수 없게 됩니다. 옳은 것을 안다는 일과, 그것을 실제로 행한다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먼 거리가 있으니까요. 더구나 그 선택이 내 안전과 재산, 지위까지 위협할 수 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쉰..

영화 2026.05.01